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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은 목표가 아니다. 폴 랜드(Paul Rand)

2012-08-16

일상생활에서 물건을 살 때, 흥미로운 디자인을 보았을 때, 새로운 서비스를 접할 때, 혹은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고 결정할 때도 우리는 종종 “아 이거 심플하고 좋네.”라고 말합니다. 아마 일과 생활 전반에서 가장 많이 쓰는 단어가 바로 단순함(Simplicity)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단순함(Simplicity)은 한마디로 단순하지 않습니다.

단순함은 평가 대상을 보는 즉시, 혹은 인지하는 그 순간에 그것이 단순한지 아닌지를 바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만 단순함은 쉽게 만들어 지지는 않습니다. 인생과 그의 작업을 거쳐 단순함을 디자인 철학으로 이야기 한 미국의 모더니스트라고 불리는 폴 랜드(Paul Rand, 1914~1996)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폴 랜드를 처음 접하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그의 대표작들을 살펴보자면 IBM(1956, 1972), ABC 방송국(1962), UPS(1961)와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난 이후 창립했던 넥스트 컴퓨터 로고 등을 작업했습니다.

디자인 평론가들은 “광고 디렉션에 있어 폴 랜드가 이룩한 업적은 마치 세잔이 20세기 미술에 끼친 영향만큼이나 크다.”라고 평가하기도 하고, 혹자는 현대 사회에서 디자이너가 비즈니스에서 먹고 살 수 있게 만들어준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1962, American Broadcasting Corporation (ABC)

 

1972, 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IBM), 8-Bar Varication

 

1986, Next Computers

“좋은 디자인은 결코 유행에 뒤지거나 오래된 것처럼 느껴지지 않으며, 보는 즉시 어떤 특정한 스타일을 의식하지 않게 한다.”라는 그의 말처럼 대부분의 작업물이 원형을 유지 한 채 사용되고 있습니다.

폴 랜드는 아이덴티티 디자인으로 잘 알려졌지만, 초창기 1930년대에는 잡지, 1940년대에는 광고, 1950년대에는 기업 디자인을 주로 했으며, 1950년대 중반 이후에는 디자인 교육에도 열의를 기울여 왔습니다. 그의 디자인 교육에 대한 부분은 짧게 언급되곤 하지만, 그가 저술한 4권의 책과 쿠퍼 유니온(1946), 프랫인스티튜드(1956)를 거처 예일대학교(1956~1993)에서 30년 넘게 교수로서 보인 모습 역시 디자인계에 가장 큰 공헌이라 할 수 있습니다.

 

1985, A Designer’s Art

1993 Design Form and Chaos

1996, From Lascaux to Brooklyn

 

폴 랜드의 디자인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가 했던 강연과 스티브 잡스가 폴 랜드에 대해서 했던 인터뷰 내용을 발췌해 보았습니다.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디자인과 단순함에 대한 폴 랜드의 생각을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내용은 일부 축약되었고 필요에 따라 의역하였습니다.

(폴 랜드 강의 원문: http://vimeo.com/16671930)

“디자인은 사물을 명확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그것이 바로 단순함인데, 이 단순함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함(Simplicity)은 단순함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며, 언제나 훌륭한 아이디어와 함께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일을 하세요. 할 수 있는 만큼, 잘 할 수 있는 만큼 하세요.
그것 말고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저도 그렇게 합니다.

단순함은 매우 어렵습니다. 단순하면서 흥미로운 것은 더욱 더 어렵습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흥미롭게 하는 것이 우리가 돈을 받고 하는 일입니다.
현실보다 더 멋지게 보이고, 그것을 기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입니다.”

스티브 잡스 처럼 까다로운 사람도 폴 랜드에 대해서는 칭송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넥스트 로고 프레젠테이션이 끝나자 폴 랜드에게 “안아줘도 되겠습니까?”라고 한 것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잡스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습니다.

(원문: http://www.youtube.com/watch?v=xb8idEf-Iak)

“폴은 정말 프로페셔널한 사람입니다. 저는 그에게 디자인에 대한 몇 가지 옵션을 줄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폴은 명확하게 이야기했습니다. 난 당신의 문제를 해결해 줄 거에요. 그리고 당신은 저한테 돈을 지급 할 것입니다. 만약 다른 옵션을 원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가보세요.

폴은 정말 경이적인 사상가이며 작가입니다. 정말 정말 깊게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또한, 그는 정말 흥미로운 사람입니다.
서로 얽혀있는 예술과 비즈니스 문제점을 풀 수 있는 사람이에요. 그를 예술가로 생각하기가 쉽겠지만 저는 그를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으로 생각합니다. 이 두 가지의 결합체로 매우 실용적이고 특별한 예술가입니다.

그의 작업물은 매우 감정적(Emotional)이였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그 안을 보면 매우 지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디자인 표면 뒤에 그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유한 지적 깊이가 보입니다. 그러나 처음에 보면 정말 놀랍게도 감정적입니다.”

 

폴 랜드에게 있어서 디자인은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단순함이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색깔과 형태에 대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디자인의 원칙은 폴이 말한 대로 라코스의 동굴 벽화 때부터 변하지 않았으니까요.

단순하면서 깊이 있는 디자인을 위해 그는 문제에 대해 깊이 사유하고 그를 해결하기 위해 풍부하고 완벽에 가까운 형태를 찾아내려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는 디자인과 예술의 과정을 다르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그의 결과물이 매우 감정적이면서도 깊이 사유한 지적 깊이가 있다고 이야기했으며, 라슬로 모호이 노디(László Moholy-Nagy)는 그를 비즈니스의 능한 시인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단순함은 쉽게 판단 가능한 일이지만, 그를 구현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폴 랜드는 존 마에다(John Maeda)와 함께한 MIT 강의에서 단순함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솔직해질 것, 그리고 자기 일에 완전히 객관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매우 열심히 일해야 한다.”

단순하게 한다는 것은 여백을 준다거나, 매너리즘에 빠진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복잡한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는 방법이며, 자신의 일에 대해 완전 객관적일 수 있을 때 가능한 일이라고 폴 랜드는 말하고 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그의 말로 마무리 하려합니다.

“단순함은 목표가 아닙니다. 그것은 겸손한 기대와 좋은 생각의 부산물입니다.”

(Simplicity is not the goal. It is the by-product of a good idea and modest expectations.)
-참고

http://blog.naver.com/podiumdesign/90107673109

http://www.youtube.com/watch?v=xb8idEf-Iak

http://acg.media.mit.edu/events/rand/ideamag.html

http://www.logodesignlove.com/all-about-paul-rand

http://acg.media.mit.edu/events/rand/ideamag.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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