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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Hour

Yayoi Kusama : The Artist of the Week

2012-04-25

세계에서 가장 흥미롭고 매력적인 예술가중 한사람인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 草間 彌生, 1929~)가 런던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에서 회고전을 가지고 있습니다.(이번에도 아쉽지만 런던이네요)

이번 전시를 위해 12년만에 일본의 정신병원을 나와 런던으로 출국 했다는 이 작가는, 회화 작가이면서 조각가, 연출가, 소설가 등의 다양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The 82-year-old artist talks through her selection of paraphernalia at the Tate preview, Image from Guardian

이번 글에서는 빨간 가발과 빛나는 립스틱, 그리고 폴카 도트 드레스를 입은 이 아티스트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먼저, 전시 전에 있었던 쿠사마의 인터뷰 내용을 잠깐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전시되고 있는 데미안 허스트에 대해 쿠사마 야요이는

“저는 데미안 허스트를 좋아합니다. 그의 작품을 아주 존경하며 제가 사용하기 시작한 폴카 도트가 전세계에서 사랑과 평화의 상징이 되고 모두가 이러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데미안 허스트의 도트 작품은 표절이라는 논란을 매우 많이 일으켰습니다.)

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리고 덧붙여

“사람들은 저에게 예술과 상업주의에 대해 묻습니다. 제 생각에 높은 가격에 자신의 작품을 팔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만들고 그것이 가치있게 되면 결국 높은 가격에 팔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늘 예술작품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집중해야 합니다.”

라고 말하면서,

“저는 저의 작품을 모두 스스로 만듭니다. 어시스턴트가 없지요. 제가 휠체어를 타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모든 것을 평생 손수 작업하였습니다. 아주 힘든 노동이었지요.”

라고 끝을 맺었습니다.

(데미안 허스트의 도트 작품은 많은 부분 어시스턴트가 그렸습니다. 물론, 데미안 허스트가 만든것이 더 높은 가격을 받지만 더 잘 만든 작품은 어시스턴트가 만든 그림이었지요.)

The octogenarian artist photographed in front of Yellow Trees (1994). This is the first time Kusama has left Japan in 12 years, Image from Guardian

쿠사마 야요이는 1929년 나가노의 마츠모토에서 중산층의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매우 보수적인 집안의 넷째였던 쿠사마는 어린 시절부터 환각 증세와 극심한 강박적 사고를 경험하였으며 종종 자살 충동을 느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어린시절 어머니가 약을 잘못 먹여 그렇게 되었다고 주장하였지요.

1948년 그녀는 집을 떠나 교토시립예술대학에 진학하게 되는데요. 그 곳에서 일본전통회화(Nihonga)를 공부합니다. 그녀는 선생으로부터 지식을 익혀야 하는 도재 시스템에 염증을 느끼는데요.(일본의 영화제작 문화라든지 다른 예술 작업에서 이러한 도재 시스템은 매우 보편적으로 적용됩니다.) 그녀는 교토에서의 삶이 ‘토 나온다’고 할 정도 였죠.

1950년 쿠사마는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폴카 도트를 ‘무엇’의 표면에 그리기 시작합니다. 벽이나 바닥, 캔버스 그리고 생활 집기나 알몸의 어시스턴트 등 다양한 ‘표면’을 칠하기 시작하지요. 가장 최초로 기록된 그녀의 ‘도트 사용’은 10살때로 기모노를 입은 여성 이미지를 도트로 표현 한 것입니다. 그리고 30피트에 이르는 캔버스에 도트를 채우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거대한 스케일의 작업도 이즈음 시작되었습니다. ‘Infinity Nets’ 라는 이 작품은 환각적인 시야를 암시하는 것이었습니다.

Yayoi Kusama, photographed Hal Reif reclining on Accumulation No.2, Infinity Net and macaroni carpet in the background, Image from PHAIDON

이후 ‘Mirror/Infinity’ 룸 시리즈를 계속해서 내놓으면서 다양한 설치 예술을 ‘도트’와 함께 발전시켜 나갑니다.
(그녀의 작품속에 있으면 끝이 없는 공간과 같은 환영을 느끼게 됩니다.)

Infinity Mirror Room, Yayoi Kusama. Source: artinfo.com

Infinity Mirrored Room – Love Forever, Yayoi Kusama. Source: vanabbemuseum.nl

Air Mail Stickers (1962), an early example of Kusama's accumulated assemblage work

Aggregation: One Thousand Boats Show (1963). This work was Kusama's first ever installation, with its phallic-reminiscent rowing boat floating on a wall-to-wall sea of similarly shaped paper boats

쿠사마는 27살때인 1957년에 조지아 오키페(Georgia O’Keeffe, 미국 추상화가)와의 서신을 주고 받다 뉴욕으로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곧 아방가르드 운동의 리더로서 명성을 얻게 되는데요. 이때 도날드 주드(Donald Judd, 미니멀리즘 아티스트)와 에바 헤세(Eva Hesse, 조각가)와 같은 건물에 살면서 그들과 (특히, 헤세와)친분을 쌓게 됩니다. 1966년까지 매우 왕성한 작업 활동을 한 그녀는 큰 공간에 거울을 설치하는 작품 등을 실험하기도 하였습니다. 자신의 작품으로 수입을 얻지 못하고 너무 과도한 작업으로 인해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녀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기도 하지만 말이죠.

From 1961 onwards, Kusama began her Accumulation series, using everything from shoes to sofas that she found on forages through the streets of New York, and repurposing them to become phallic, flowery, or macaroni-based landscapes

'The Man'. 1963. Sewn stuffed fabric, kettle, found objects, canvas, wood, paint, Image from arrestedmotion.com

쿠사마는 센트럴 파크와 브루클린 다리 등에서 기이한 해프닝을 만들기도 하였는데요. 주로 누드 등을 동원하여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기 위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녀는 리차드 닉슨에게 만약 베트남 전쟁을 멈춘다면 잠자리를 같이 해주겠다는 공개 편지를 쓰기도 하였습니다.)

Kusama, along with several others, painted with dots, appeared as provocative living statues in key sites around New York protesting the Vietnam War. Starting with the Brooklyn Bridge the performance was repeated again in other areas around the city such as Central Park, Wall Street and in front of the UN building., Image from bodytracks.org

1967년부터 1969년 사이에 그녀는 공공성을 가지는 퍼포먼스에 집중하는데 자신의 나체에 폴카 도트를 칠하고 MoMA에서 공연을 하거나 동성애 결혼식을 주도하는 등의 활동을 펼치게 됩니다.

1966년 쿠사마는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하여 ‘키네틱 카펫’이라 부르는 수백개의 거울로 된 구를 설치하고 금색의 기모노를 입고 구 하나에 2달러 정도에 판매를 하는 ‘Narcissus Garden’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하는데요. 이 공연은 예술 시장의 기계화와 상업화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었죠. 이후 다양한 버전의 ‘Narcissus Garden’이 2004년 뉴욕, 2010년 파리 등 세게 곳곳에서 행해졌습니다.

Narcissus Garden (2009), Instituto Inhotim

1973년 건강상의 이유로 일본으로 다시 돌아온 쿠사마는 매우 감정적이면서 초현실적인 소설과 시를 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후 정신병원에서 지속적으로 거주하며 병원 근처에 있는 작업 공간에서 작업을 이어 갑니다.

쿠사마는 종종 “만약 내가 예술을 하지 않았다면 아주 오래전에 자살을 하였을 것이다.”라고 말하였지요.

The Clouds (1984, foreground) and Heaven and Earth (1991, background)

이후 예술계에서 잊혀지는 듯 하였던 쿠사마는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일본 파빌리온의 성공으로 다시금 명성을 얻게되고 이후 왕성한 작품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되는데요.

거울로 된 방에 호박 조각이 채워져 있으면서 마술사의 복장을 하고 그녀가 앉아 있던(살고 있던) 이 작품에서 호박은 그녕의 다른 자아 혹은 자신의 모습을 나타내는 도구였습니다.

이후 작품인 ‘I’m Here, but Nothing’ 은 테이블과 의자, 암체어, 러그 등으로 구성된 방에 수백개의 폴카 도트로 장식을 한 것이었죠. 이렇게 꾸준히 이어온 ‘무한 공간(infinite space)’에 대한 탐구는 ‘Guidepost to the New Space’ 라는 작품에서 한정된 공간이 아닌 트여있는 공간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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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hanging colour of the blinking lights brings a Kryptonite glow to Infinity Mirrored Room – Filled with the Brilliance of Life

Yayoi Kusama, Guidepost For Heaven, 2008, Image from slash.fr

Repetitive Vision (1996) installation at Mattress Factory Art Museum in Pittsburgh, Pennsylvania

 

그녀가 뉴욕에서 부터 그리기 시작한 유기적이면서 추상적인 그림 작품들은 잭슨 폴락(Jackson Pollock)이나 마크 로쓰코(Mark Rothko, 추상 표현주의 화가), 바넷 뉴먼(Barnett Newman, 추상 표현주의, 색채 화가)과 비교되기도 합니다.

Yayoi Kusama - Ascension of Polkadots on the Trees at the Singapore Biennale 2006. Taken by Terence Ong in September 2006.

Yayoi Kusama "Red pumpkin" on Miyanoura port in Naoshima, Kagawa prefecture, Japan

 

Recent paintings from 2009 and 2010, Image from arrestedmotion.com

Kusama poses for a photograph with her artwork Love Arrives at the Earth Carrying with It a Tale of the Cosmos (2009)

쿠사마의 예술을 언급할때 그녀의 정신병력을 떼어놓고 이야기 하기는 쉽지 않은데요. 그녀가 1954년 ‘Flower’라는 페인팅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한것을 잠깐 본다면 그녀의 정신세계를 조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네요.

“하루는 식탁에 있는 식탁보의 붉은 꽃 패턴을 보고 있었지요. 그리고 고개를 들어보았을때 같은 패턴이 천장과 벽, 창문에 보였습니다. 그리고 곧 모든 방과 제 몸, 모든 세계가 그렇게 보이더군요. 저는 스스로 저를 지우고 있는 것 처럼 느껴지면서 절대적인 공간과 끝없는 시간의 무한함에 빠져들다 곧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사라지는 듯 했습니다. 저는 이것이 제 상상에서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매우 무서워졌습니다. 그 빨간 꽃의 마법으로 제 삶이 사라지기 전에 도망쳐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리고 필사적으로 계단을 올랐습니다. 제가 지나온 계단은 무너져내렸고 그 계단이 저의 발목을 잡아당겼죠..”

 

그녀는 자신의 폴카 도트에 대해서도 언급을 한적이 있지요.

“..폴카 도트는 태양의 형상을 하고 있으면서 모든 세계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에너지를 상징합니다. 그리고 또한 달의 형태이면서 조용하기도 하지요. 둥글고 부드럽고 다채롭고 무의미하면서 알수 없는 것이지요. 폴카 도트는 움직이기도 하며, 무한(infinity)으로 가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어린시절의 기억과 경험(아주 가부장적인 아버지로 인해 쿠사마는 남자를 두려워하게 됩니다. 이후 그녀가 친하게 지냈던 남자들은 대부분 동성애자 들이었지요)이 정신병과 남성 혐오 등의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기억이 그녀만의 독특한 작품을 만들게 하였다는 점에서 조금은 잔인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최근에는 펭귄 출판사와 함께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책을 만들게 되는데요. 그녀만의 다채로운 도트를 이용하여 새로운 스타일의 일러스트를 시도하기도 하는 등 여전히 실험적이면서도 일관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이 아티스트를 계속해서 지켜보면 좋을 것 같네요~^^

참고 사이트 및 이미지 출처 >>

http://lisathatcher.wordpress.com/2012/01/29/yayoi-kusama-infinity-rooms-and-an-addiction-to-suicide/

http://www.brainpickings.org/index.php/2012/04/18/yayoi-kusama-alice-in-wonderland/

http://japanesedesign.pl/en/2011/yayoi-kusama/

http://www.phaidon.com/agenda/art/articles/2012/february/07/kusama-i-promised-myself-id-conquer-the-world/

http://www.slash.fr/en/evenements/fiac

http://arrestedmotion.com/2012/02/previews-yayoi-kusama-tate-mod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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