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 of the Week : Richard Serra
2012-06-07
Richard Serra, Image from artsjournal.com
앞서 소개해 드렸던 아니쉬 카푸어와 같이 조각 작품을 매우 건축적으로 표현하는 또 다른 작가가 있습니다. 바로 미니멀리즘 조각의 대가 리차드 세라인데요. 근대 조각예술을 이야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인물이기도 하지요.
세라는 조각의 형태 뿐만 아니라 조각품의 재료와 그 작품이 놓여지는 장소, 만들어지는 과정 그리고 사람들이 경험하는 시간까지 모두 작품의 한 부분으로 표현함으로써 자신만의 독특한 조각 세계를 완성하여 명성을 얻었습니다.
Band, 2006, Image from daum blog
리차드 세라는 193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습니다. 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UC버클리로 진학하였던 그는 이후 UC 산타바바라로 옮겨 미술을 배웠습니다. 그는 학교를 다니는 동안 제강소에서 일을 하여 학비를 벌었는데 이때의 경험이 훗날 그의 작업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그가 살았던 샌프란시스코의 조선소에서 배관공으로 일했던 아버지의 영향 역시 그의 작품에 묻어 있다고 합니다.
예일대(Scool of Design and Architecture)에서 회화를 공부한 후 그는 이후 파리와 피렌체에서 좀 더 경험을 쌓게 됩니다. 이후 로마에서 공부를 한 후 1966년 뉴욕으로 넘어와 자신만의 작업을 시작하게 되지요.
1966년 세라는 전통적인 조각 재료에서 벗어나 유리섬유와 고무 등을 이용하여 작품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의 초기 작품은 전시장 공간이나 스튜디오에 녹는 납을 던져 만드는 추상적이면서 프로세스에 기반하였지요.
Belts, 166-67, Vulcanized rubber and neon, Image from guggenheim.org
Doors, 1966-67, Image from moma.org
1-1-1-1, 1969, Lead, Image from broklynrail.org
이후 그는 코르텐 스틸 재료를 거대하게 펴서 감은 듯한 형태의 작품들로 유명해집니다. 이런 작업물들은 그 작품 자체로 지지되면서 재료의 물성과 무게를 이야기하지요. 납 덩이들을 감은 형태는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늘어지도 하며 8년에서 10년이 지나면 한가지 색으로 녹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시간에 따른 재료의 변화도 함께 이야기하게 됩니다.
세라는 또한 작품이 놓이는 장소와 작품을 통한 경험을 많이 고려하였는데요. 작품의 장소성과 함께 작품을 직접 느끼는 관람자들이 스스로를 작게 느끼게끔 하고 작품의 안과 밖을 이동하도록 유도하여 작품을 통한 경험에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합니다.
1977년 카셀의 미술박람회에 세워진 ‘Terminal’은 박람회 기간동안 박람회장 광장에 세워져 있습니다. 그리고 박람회가 끝난뒤 원래 작가가 세우려고 했던 환경과 비슷한 카셀의 도심으로 옮겨졌습니다. 하지만 이 아름답지 않은 조형물은 시민과 비평가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아야 했습니다. 이후 작가의 의도대로 보쿰(Bohum)시로 옮겨지고 지금까지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겉에서 보면 기울어진 철판이 서로 의지해 서있지만 조형물 속으로 들어가면 정사각형의 바닥과 지붕을 가지고 있습니다.
Terminal, 1977, Image from wikipedia.org
Terminal, 1977, Image from design.epfl.ch
1981년 세라는 3.5미터 높이와 35미터의 길이를 가진 ‘Tilted Arc’ 라는 작품을 뉴욕시 페더럴 플라자에 설치하였는데요. 이 작품이 설치된 후부터 빌딩 주변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이 조형물이 자신들의 플라자 진입을 방해한다고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작품은 정확히 플라자의 중심을 아주 길게 가로지르고 있었으니까요. 이런 민원때문에 1985년 이 작품을 옮기려 하였지만 세라는 이 작품이 해당 장소와 연결된 것이며 어디로도 이동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실 이 작품의 원래 의도가 설치물에 의한 동선의 변화, 인식의 변화를 일이키는 것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결국 1989년 3월 15일 조형물은 해체되어 조각이 납니다. 이 조각들은 세 부분으로 분리되어 지금까지도 뉴욕시의 창고에 보관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은 윌리엄 가디스가 자신의 소설 ‘A Frolic of His Own’에서 풍자되기도 하는 등 예술계에 많은 이야기거리를 남긴 사건이 되었습니다.
Tilted Arc, 1981, Image from shafe.co.uk
Tilted Arc, 1981, Image from identityornament.blogspot.com
1987년 세라는 나치의 학살로 목숨을 잃은 이들을 기리는 ‘Berlin Junction’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작품속에 만들어진 길을 걸으면서 나치로 인해 희생된 이들을 상기시킬 수 있도록 한 작품이었죠. 1988년 베를린 필하모니에 설치되었습니다.
Berlin Junction, 1987, Image from fcit.usf.edu
Berlin Junction, 1987, Image from flickr.com/photos/indaberlin/
2000년 세라가 미국의 의류 브랜드 갭의 샌프란시스코 신사옥에 18미터 높이의 ‘Charlie Brown’ 작품을 설치하였습니다. 만화 찰리 브라운의 작가 찰스 슐츠(Charles Schultz)와 그의 캐릭터를 기념하기 위한 작품 이었습니다. 이 작품의 산화와 녹을 위해 스프링클러를 작품에게 쏘기도 하였습니다.
Charlie Brown, 2000, Image from ramsa.com, artamble.com
2002년 ‘Vectors’라는 작품이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 사업가 엘리 브로드(Eli Broad)의 유산으로 설치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Titled Arc’와 비슷한 재료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학생들과 교수들의 반대로 설치되지 못했지요. 이유는 세라의 이전 작품과 거의 똑같은 형태여서 학교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가치와 맞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리차드 세라의 다른 유명한 작품인 ‘Snake’는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에 있는 물결모양의 길을 만는 스틸 조각 입니다. 2005년 미술관은 ‘Snake’를 포함하여 The Matter of Time’이라고 이름 붙여진 시리즈를 전시하였는데 현재도 세라의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기억되지요. 전체 작품은 8개의 조각으로이루어 졌으며 높이 4미터, 무게가 44톤에서 276톤에 이릅니다. 물결처럼 구부러지고 펴지는 철판을 따라 사람들은 거대한 스틸이 가지는 무거우면서도 차가운 성질과 각 장소마다 느껴지는 새로운 장면에 대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Snake, 1994-1997, Image from guggenheim.org
A Matter of Time, Image from mocoloco.com
2005년 봄, 세라는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와 UC 샌프란시스코 대학에 공공예술작품을 설치하게 되는데요. 무게가 160톤에 달하는 이 조각품은 샌프란시스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매립지에 설치를 하여야 했기 때문에 설치를 위해 아주 많은 문제를 해결하여야 했다고 합니다.
Ballast, 2004, Image from sfgate.com, flickriver.com
2007년 MoMA는 리차드 세라의 회고전을 개최하였는데 이때 ‘Intersection II'(1992-1993), ‘Torqued Ellipse IV'(1998) 등 총 27개의 작품이 전시되어 일반 대중들에게 그의 이름을 다시금 알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죠.
Intersection II, 1992, Image from luvclar.egloos.com
Torequed Ellipse, 1998, dinosaursandrobots.com
2008년 5월 7일부터 6월 15일까지 리차드 세라는 파리 그랜드 팔래스(Grand Palais)에서 ‘Promenade’라는 작품을 선보였는데요. “스틸의 전위적이며 시적인 풍경, 생동감 느껴지는 미니멀리즘’이라고 평가받았습니다. 그리고 세라는 그랜드 팔래스의 네이브에서 전시를 진행한 역사상 두번째 작가였습니다.
Promendade, 2008, Image from avion.egloos.com
2008년 12월, 거의 20년간 보관되어 있던 그의 스틸 조각 ‘Slat’은 라데팡스에 다시 설치되었습니다. 이 조각은 파리 외곽의 푸토(Puteaux)에서 5년간 있었지만 반달리즘과 그래피티 등의 문제로 인해 1989년 제거되었다가 다시 빛을 보게 된 것이지요. ‘Slat’은 5개의 25톤의 스틸 판이 서로 기대어 있는 형태로 무거운 무게로 인해 신 개선문 뒤의 교통섬에 설치되었습니다.
Slat, 2008, Image from flickr.com/photos/judebaines
2011년 12월 세라는 카타르 도하에 새로운 조각 ‘7’을 설치하였습니다. 도하항의 인공 플라자에 설치된 이 작품은 7개의 철판으로 구성되어 25미터의 높이에 이르는데요. 규모로 짐작되시겠지만 제작과 설치에만 총 3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작품은 기존 작품들처럼 사람들이 직접 작품속을 들어가 볼 수 있도록 하였으며 작품 속에서 하늘을 보면 이슬람 문양의 단순한 형태가 보여집니다. 작가는 이 작품의 의미가 사람들의 ‘경험’에 있고 멀리서 볼때 또 다른 의미를 준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만약 보는 사람에게 의미가 없다면 이 작품은 아무의미 없는 것이라고도 말이죠. 현재 이 작품은 도하항에 높게 솓은 빌딩들을 배경으로 이 곳의 랜드마크가 되었다고 합니다.
7, 2011, Image from artinfo.com
BBC 방송에서 리차드 세라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방송은 그를 이렇게 설명하였습니다.
“거대하면서 한번 보면 즉시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있는 작품, 작가 리차드 세라는 무서움과 최면을 동시에 줍니다. 세라는 작품을 보는 사람들 각각이 스스로 자신만의 조각을 만들도록 하지요.”
“모든 가능한 것의 가장자리에서 작업을 한다”는 리차드 세라의 작품은 앞으로도 보는 이에게 새로운 경험을 조각해 줄 거라 생각이 드네요.^^
자료참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