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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올림픽 로고, 마음에 드십니까?

2012-08-08

“뭐 이리 못생긴 것이 다 있지?”

 

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en/thumb/1/10/All_London_2012_logos.svg/2000px-All_London_2012_logos.svg.png

2012년 런던 올림픽 게임 공식 로고

런던 올림픽 BI(Brand Identity)는 (RED)캠페인이나 AOL, 아테네 올림픽 로고를 디자인했던 영국의 브랜드 컨설팅 회사인 울프 올린스(Wolff Olins)에서 작업했는데요. 약 40만 파운드(약 7억 1천만 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런던 올림픽 준비 위원장 Lord Coe가 로고를 공개하는 장면

 

2007년 6월 4일 런던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로고를 발표합니다.

이 로고 디자인을 발표하자마자 영국 내에서는 온, 오프라인을 넘어 엄청난 논란이 시작됩니다. ‘대재앙’, ‘올림픽로고가 내 햄스터를 먹었어요.’ 라는 등 디자인에 대한 무차별 공격이 시작되죠.

영국의 전 국민이 이 이슈에 엄청난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BBC에서는 온라인 투표를 시작합니다. 전체 응답자의 약 83%가 이 로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고, 진보적일 것만 같은(?) 런던 디자인 박물관의 스티븐 베일리는 공개된 로고가 “유치하고 뒤죽박죽이며, 예술적 실패이며 상업적 스캔들”이라고 맹비난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섹슈얼한 자세를 연상시키는 형태로 보인다고 네티즌 사이에서 아직도 조롱이 끊이지 않으며 Zion을 형상화했다고 해서 이란에서는 로고를 바꾸지 않으면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보이콧하기도 했었죠.

로고 하나에 온 영국 국민이 피 터져라 이야기하는 것을 두고 많은 사람이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습니다만 이 로고는 런던 올림픽 위원회의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살아남아 지금 전 세계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쯤 되면 이 로고 디자인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로고의 디자인 철학을 가장 잘 나타냈다고 생각하는 Co.Design과 울프 올린스의 사장 Brian Boylan과 Ije Nwokorie를 인터뷰 기사를 통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번역한 글에서 Brian Boylan는 BB로 Ije Nwokorie는 IN으로 표기하였습니다.)

 

인터뷰 내용은 일부 축약되었고 필요에 따라 의역하였습니다.
(원문을 보시려면 : http://www.fastcodesign.com/1670429/the-surprisingly-smart-strategy-behind-london-s-infamous-olympic-branding#1)

 

질문: 2006년에 디자인했다고 보기엔 선견지명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당시 작업으로는 상당히 소셜한 접근을 했다고 보입니다.
BB: 올림픽 준비 위원회에서 원했던 것은 그 이전에는 볼 수 없는 많은 세대의 참여와 관심이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올림픽 스타디움을 벗어나 길거리에서 올림픽이 넘쳐나길 바랐으며, 이것이 바로 이 브랜드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IN:
2006년에는 페북이 인기였고, 유투브가 확장되고 있었으며 사용자가 생성한 컨텐츠들이 부상하고 있었죠. 이미 사람들이 어떤 문제에 대해서 뭔가를 만들어 내고, 서로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이 에너지야말로 이 마크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 이 로고에서 런던의 아이덴티티가 어떻게 표출되고 있는 것입니까? (일반적으로 올림픽 로고들은 주최하는 국가나 도시의 심볼을 사용합니다. 올림픽 로고 역사)

BB: 우리는 런던 그 자체를 보여줄 필요가 없습니다. 런던 타워, 런던 브리지, 국회 의사당을 다시 보여주어야 할까요?
IL:
이 로고는 그 어떤 때보다 국제적이며, 멀티 컬쳐럴하며 창의적이고, 모던하면서, 에너지가 넘칩니다. 그래서 전형적인 도시의 랜드마크를 사용하는 로고와는 맞지가 않습니다. 우리는 뭔가 공식적인 느낌이 아니라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그냥 달려 들 수 있는 그런 느낌을 원했습니다.

 

질문: 디자인은 어떻게 발전시켰습니까?

BB: 이 마크는 사각형을 포함하고 있는 에너지 그리드의 라인을 이리저리 움직이다 그것을 한순간 멈췄을 때 나왔습니다. 완전히 랜덤하게 만들어졌고, 그러므로 이 브랜드의 핵심과 자유로운 형태(Freeform)는 이어져 있습니다.
IL:
타입페이스 역시 그것과 매우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똑바른 세로 선과 가로 선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한쪽으로 기울여져 있어, 사람들이 이것을 볼 때 2번 생각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미리 정해진 난장판(prescribed anarchy)”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렇다고 뭔가 뾰족한 것을 그리고 싶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질문: ‘불협화음’이나 ‘난장판’ 같은 말이 브랜드를 팔기에 적당하지 않아 보입니다. 특히 전 세계인이 함께 하는 것을 디자인 할 때 말이죠.

BB: 저는 불협화음이 불화를 뜻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불협화음의 의미는 아주 약간 중심에서 벗어나 있지만 그대로 멋진 것으로 생각합니다. 솔직히 완전히 맞아떨어지는 것들은 멋지지 않잖아요. (you’re cool because you’re slightly off center) 그리고 이런 것들이 런던을 정말 대단히 흥미로운 장소로 만들죠.

 

 

질문: 로고에 대한 엄청난 비판에 어떻게 대응하셨나요?

IL: 재미있게도, 비판적인 논평들은 우리가 깨버렸던 규칙들을 집어내곤 했어요, 그런 의미에서는 그들이 옳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동의할 수 없는 것은 이런 규칙들이 정말 깨지면 안 되느냐? 라는 거에요. 우리를 향한 공격을 보세요.
“이건 너무나 불협화음이야!” 당연합니다. 이 불협화음은 의도된 바에요.
“이 로고 어디에도 런던의 유명 랜드 마크가 나오지 않아.”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이미 이것들에 대해 알고 있어요. 우리가 그 이야기를 또 할 필요는 없습니다.
“너무 도시적이야, 너무 어리다고!!” 당연합니다. 그들은 우리가 정말 만들려고 노력했던 점에 대해서 정확히 집어내고 소리를 높인다는 것이 우리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BB:
우리가 비판을 무시한다는 것이 아니에요, 하지만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 대해 비판하고 평가합니다. 끊임없이 끊임없이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평가합니다. 우리의 일을 바깥으로 공개하면서 우리는 언제나 자기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우리는 2012년 올림픽이 다르게 각인되길 바랐어요, 왜냐하면 진짜 다르거든요.

 

 

울프올린스의 기개를 볼 수 있는 인터뷰라고 생각됩니다. 자신들이 전개했던 논리와 철학을 담아낸 디자인에 대한 자부심도 느낄 수 있습니다. 거대한 논란에 휩싸여 엄청난 비난과 조롱을 받아 상처받았을 거로 추측했는데 사실은 그 상황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이들의 인터뷰를 보면 이 예쁘지 않고, 유치하고, 정말 정감 없게 생긴 이 디자인은 단순히 올림픽을 스포츠가 경기가 아니라 사회적이며 문화적인 축제로 바꾸고 전 세대가 공감하게 할 수 있게 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전략을 세우며, 그 기능에 가장 합당한 형태를 찾아낸 그들의 답입니다.

아직까지 디자인은 단순히 시각적으로 얼마나 예쁜지 혹은 감각 있어 보이는지와 같은 조형미를 중심으로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이번 영국 올림픽 로고는 단순한 외형적 아름다움이 아니라 전략과 철학을 표현하는 형태로서의 디자인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제는 이 못생겼던 로고가 어떤 올림픽 로고보다 혁신적이며 심지어 조금은 멋진 디자인으로 보입니다.

 

이 글을 읽고 나신 지금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조금은 예쁘게 보이시나요? 🙂

 

 

+ 이 로고로 인한 엄청난 논란과 관심으로 올림픽 준비 위원회는 어느때보다 많은 기업의 후원금을 모았다는 후문입니다.

 

 

 

관련글 모음

울프 올린스 관련
http://en.wikipedia.org/wiki/Wolff_Olins
http://www.wolffolins.com/work/london-2012
http://www.fastcodesign.com/1669060/wolff-olins-offers-branding-wisdom-for-would-be-game-changers
http://www.thehindubusinessline.com/news/sports/article3686893.ece

칼 하리젤먼 중앙일보 인터뷰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4929583&cloc=olink|article|default

관련 기사
http://www.guardian.co.uk/artanddesign/artblog/2007/jun/05/howlisasimpsontooktheolym?INTCMP=SRCH
http://www.guardian.co.uk/artanddesign/2011/jan/10/rio-brand-olympic-games-logos?INTCMP=SRCH
http://articles.latimes.com/2011/oct/23/opinion/la-oe-garfield-fonts-20111023
http://photo.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6/05/200706050043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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