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 담기는 전체를 생각하다. H3 디자인 스토리
2012-12-05비주얼 디자인은 컨텐츠를 서포트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요즘은 눈에 보이는 것이 예뻐야 사용자들의 선택을 받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비주얼이 컨텐츠보다 중요시 되고 더 많은 공을 들이는 경우가 많은데요.
너무 좋은 컨텐츠때문에(!?) 비주얼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은 프로젝트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H3 개발자 컨퍼런스’ 프로젝트입니다.
H3 개발자 컨퍼런스
KT Hitel에서 매년 개최하는 개발, 기획, 디자인의 다양한 노하우들을 내부 직원들이 직접 발표자로 나서 외부에 공개하고 공진화를 꿈꾸는 지식 공유 컨퍼런스.
http://h3.kthcorp.com/
이 아티클에서는 ‘H3 개발자 컨퍼런스’ 디자인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디자인 담당자인 정덕주PD와의 인터뷰를 통해 나눠 보려고 합니다 🙂
H Lab
이번 H3의 비주얼 컨셉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정덕주PD
올해 H3의 비주얼 컨셉은 밴드였어요 2011년 H가 Hero였다면 올해 H는 Heavy Metal Band 였어요. 개발자분들과의 첫미팅에서 올해 H3의 방향이 바로 정해졌어요. 2011년보다 더 신나게, 더 즐겁게, 더 파워풀하게 노는 이미지로 가기로 결정했죠.
처음에는 이번 행사의 주요 주제인 baas.io의 이미지를 이용해서 디자인 작업을 하려고 했었어요.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baas.io하면 떠오는 이미지가 마치 소파와 같다라는 말씀을 해주셔서 한동안 소파 위에 앉아서 캐릭터가 여유롭고 편안하게 작업을 하는 이미지를 만들려고 했었거든요.
BaaS
Back-end as a Service, 백엔드(서버)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프론트엔드(화면) 개발자가 손쉽게 서비스를 개발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서비스
http://baas.io
근데 여유롭고 편안한 것은 이번 H3의 방향과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원점으로 돌아왔는데 어떤 블로그에서 BaaS는 마치 램프의 요정 같은 것이라는 글을 보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램프의 요정 컨셉이 재미있게 풀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램프의 요정은 다리가 없잖아요? 다리도 없이 팔짱 낀 캐릭터가 컨퍼런스 행사장 곳곳에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떠올려보니 신나기보다는 유령 집회 같은 느낌이 날 것 같더라구요.
게다가 ‘히어로=개발자’라는 2011년의 공식에서 너무 벗어난 것도 큰 문제였어요. 히어로 컨셉이 공감을 얻었던 것은 개발자를 히어로와 동일시 했기 때문에 히어로에서 바로 소원을 들어주는 부하가 된 듯한 느낌은 피해야 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올해 H3의 방향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어요.
‘더 신나게, 더 즐겁게, 더 파워풀하게’
신나는 것, 즐거운 것, 사람들에게 에너지가 솟아나오게 하는 것은 뭐가 있을까. 그랬더니 의외로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었어요. ‘밴드’
소통과 화합, 넘치는 에너지, 음악적인 요소들 이외에도 밴드라는 것이 보컬이 더욱 빛나도록 뒤에서 서포트해주는 멤버들이기도 하잖아요. 프론트엔드 개발자를 빛나게 하고 뒤에서 백엔드를 책임져주는 baas.io와도 이미지가 맞아 떨어졌어요. 이렇게 이번 H3 비주얼 컨셉이 전개되었답니다.
H Lab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정덕주PD
비주얼 컨셉이 밴드로 정해지니까 일관된 컨셉을 전달 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왔어요.
이현경PD님이 제안하신 기타 컨셉의 웹페이지 디자인과 신현석PD님이 제안한 섹션 제목에 마우스를 오버하면 각각 다른 락 음악이 흘러나오게 한 부분도 있었고요. 행사 당일 각 섹션 뒤에 쉬는 시간에 락 음악을 틀어놓자고 제안하고 선곡도 해주신 권정혁PD님도 기억에 남네요. 확실한 컨셉에 맞춰 아이디어를 내니까 협업의 시너지가 강하게 느껴지고 한 방향으로 컨셉이 잘 전개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메인 타이틀인 ‘Here I Go Again’은 Whitesnake라는 헤비메탈 그룹의 대표곡에서 가지고 온거예요. 이건 UXD실장님의 아이디어였는데 메인 테마곡으로 컨퍼런스의 시작과 끝을 장식했어요.
메인 테마곡 Whitesnake – Here I Go Again
H Lab
스크린 작업을 주로 하다가 프린트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얻은 노하우가 있다면?
정덕주PD
스크린은 정해진 사이즈안에서의 뷰에 집중하면 되는데 현수막 같은 프린트 작업은 그것이 배치될 공간 차원에서 봐야하는 부분이 가장 큰 차이인 것 같아요.
작업물이 어느곳에 배치되는냐에 따라 담아야 할 컨텐츠가 달라질 수 있어요. 예를 들어 X배너(배너 뒤에 X모양으로 지지대가 있고 세워서 배치하는 배너) 같은 경우는 컨퍼런스 행사장 곳곳에 있는 에스컬레이터 앞에 층마다 세워 두었는데 올라가는 방향과 내려가는 방향에 다른 컨텐츠를 담았어요. 올라가는 방향에는 키노트 행사장 위치와 사전 접수처 위치 정보를 주로 담았고 내려가는 방향에는 컨퍼런스 행사장이 2~4층까지 동선이 기니까 트랙 정보와 사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보가 주가 되었죠.
H Lab
작업을 하면서 가장 신경쓰고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어떤 점인가요?
정덕주PD
컨퍼런스의 전체적인 컨셉을 정하는 부분이에요. 개발자를 대상으로 하는 행사이므로 개발자들이 공감 할 수 있는 컨셉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어요. 다음으로 중점은 둔 부분은 캐릭터죠. H3는 캐릭터를 응용하여 만드는 결과물이 많아서 캐릭터가 전체적인 분위기를 크게 좌지우지 하거든요.
H Lab
그동안 H3 작업을 하면서의 회고를 해본다면?
정덕주PD
사실 조금 더 애착이 가는 건 아무래도 2011년 H3인거 같아요. 행사에 참여하신 많은 분들에게 여운이 남은 날로 기억되 듯 저 또한 그랬어요. 무형의 H3가 시각화 되고 목표로 했던 KT Hitel은 ‘개발자가 행복한 회사’라는 인식을 신선하게 각인시킨 행사였기에 참여했던 디자이너로서 매우 보람되고 희열이 느껴지는 경험이었어요. 특히 2011년 컨퍼런스 컨셉이기도 하고 캐릭터 컨셉이기도 했던 히어로가 강하게 뇌리에 남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H3를 함께 준비하신 분들, 그리고 발표자들 스스로가 컨셉을 완벽히 이해하시고 완성을 시켜 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아직도 폐회식 때 권정혁PD님이 하신 말씀을 잊을 수가 없어요. ‘대한민국 IT를 책임지실 여러분들이 진정한 히어로들입니다!’
그에 반해 올해 작업은 저 자신에게 조금 더 객관적일 수 밖에 없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이번 컨셉과 캐릭터들은 작년보다 더 재미있고 액티비티해서 좋았지만 컨셉과 캐릭터 이외에는 2011년에서 크게 개선되지 못해서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어요. 특히 현수막은 2011년에도 컨퍼런스 중간에 무게에 못이겨 떨어졌기 때문에 더 나은 방법을 고민했어야 했는데 올해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말았어요. 여전히 여러가지 설치물들을 붙이고 제거할 때 생기는 어려움과 번거로움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는 것이 내년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아요.
이미 H3가 감성적인 컨퍼런스로 자리 매김했으니 내년에는 조금 더 세심하게 챙겨야 할 부분들도 많이 보였어요. 예를 들어 샌드위치가 점심식사로 제공되었는데 식사 후 양치를 못해서 입냄새가 너무 심하게 났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내년엔 행사 당일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가글같은 양치도구 같은 것들을 준비하는 게 어떨까 생각하고 있어요. H3에 참가하시는 열정적인 분들을 위한 작은 배려가 될 수 있으려나요?
H Lab
정덕주PD님에게 H3란?
정덕주PD
벗어날 수 없는 덫? ㅎㅎ 농담이에요!
스크린 디자인만 하던 제가 공간과 행사 전체를 생각하면서 디자인을 풀어야 되니까 아무래도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들이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H3 프로젝트는 서비스 디자인이라고도 할 수 있을꺼 같아요. 그 속에는 공간 디자인, 웹 디자인, 모바일 디자인 등이 H3라는 하나의 큰 덩어리속에 일부인 거죠. 많은 사람들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이렇게 재미있는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제게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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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전날 컨퍼런스 행사장에 설치물들을 직접 설치하고 있는 저비용 고효율 사내 자원 봉사자들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