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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지만 극적인. 필립 글래스(Philip M.Glass)

2012-08-29

단순함은 그 자체로 목표일 수 없으며(단순함은 목표가 아니다.), 언제나 명쾌한 것은 아닙니다. (심플은 정답이 아니다.)
알면 알수록 단순함을 표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기교나 꾸밈을 사용하지 않고 나타내고자 하는 의미를 전달해야 하는 단순함.

현대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인 미니멀리즘(Minimalism) 음악의 대가 필립 글래스(Phillip Glass)를 통해 그가 어떻게 단순함을 표현했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Phillip Glass with his music note

 

필립 글래스는 1937년에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시카고대에서 수학과 철학을 전공했으나, 졸업 이후에는 음악에 관한 관심으로 뉴욕으로 건너가 줄리아드 음대에서 작곡을 공부합니다. 1950년대 말부터 본격적인 전위 음악 활동을 시작하는데, 그 범위가 오페라, 연극, 댄스, 영화 등으로 매우 넓습니다.

행위 예술가이자 연출자인 로버트 윌슨과 함께 작업한 오페라 ‘해변의 아인슈타인(Einstein on the beach, 1976)’은 그의 대표작이자 미니멀리즘 음악으로서 현대음악극 중 가장 혁신적인 작품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 오페라는 기존과는 구성방식 자체가 다른데, 스토리가 시간대별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중요 주제를 골라 그에 맞는 이미지를 연출하여 무려 5시간 동안 공연하는 작품입니다. 또한, 백남준의 월드 미디어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에 참여를 통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어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영화 음악으로 작업의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으로는 영화 ‘디 아워스(The Hours)’, ‘일루셔니스트’ 등이 있으며, 달라이라마에 관한 영화 쿤둔(Kundun, 1997)으로 아카데미 어워드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Phillip Glass, The Hour O.S.T., 01. The Poet Acts

영화 디 아워스(The Hours)에서 필립 글래스의 음악은 화면 안에 탁자나 액자처럼 영화의 일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인물들 속으로 녹아들어 갑니다. 그러나 이 단순한 선율이 반복되고, 미묘하게 변화하면서 깊어지는 선율은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선을 따라가며 점점 커져가는 불안감과 긴장감을 극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전 시대의 음악이 다양한 악기와 화성, 복잡한 구성 등을 통해 의미와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다면, 필립 글래스의 방법은 작곡의 가장 작은 단위라 볼 수 있는 마디를 만들어 낸 후 그 마디를 기본 틀로 동기와 악절을 거치면서 이를 확장하거나 약간 비틀어 스토리를 만들고 주제를 전달합니다.

 

 Phillip Glass, Opening- Part 1 of Glasswork

 

글래스의 작품은 단순한 음표들로 먼저 시작되지만, 그 음표들은 미묘하게 변화하고 충돌하기도 하며, 다른 선율과 분위기를 가져오면서 때로는 얕은 물가를 가기도 하고 파도가 일렁이는 깊은 바닷속으로 같은 분위기를 내기도 합니다. 전체적으로는 일정한 박자와 중역대의 소리로서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주고 있습니다.

 

미니멀리즘의 경우 크게 두 가지 기본 원칙을 가진다고 합니다. 첫째, 단순화, 둘째는 반복입니다.
단순화란 비교적 짧고 간단한 기본 재료를 핵심 요소로 두고 나머지 요소는 걷어냄으로써 주제를 강조하는 것을 말합니다. 화성적으로도 간단하고 이해하기도 쉽습니다. 이런 이유로 최근의 대중음악과 유사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실제로 사전 정보 없이 글래스의 음악을 접하는 사람은 흔히 테크노 음악으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반복은 단순화된 주제를 무한정 반복하는 것을 말함인데 단순 반복이 아니라 서서히 점차 변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Philip Glass, Music in Similar Motion, beginning and ending

 

한 시대를 지배하는 양식(Style)는 한 가지 장르에서 뿐만이 아니라 음악, 미술, 문학, 건축 등의 분야로 퍼져 나가기 마련인데요. 미니멀리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미술 분야에서 미니멀리즘을 잘 표현한 작가로는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와 도널드 쥬드(Donald Judd)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Frank Stella, Multicolored Squares, State II: Cato Manor(1973)

Donald Judd, Untitled(1977)

 

단순한 선과 색 등 기본 재료를 반복하고 확대하면서 필요없는 장식들을 걷어내고 주제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필립 글래스의 음악과도 유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실제로 독일 바우하우스의 교수이자 화가인 파울 클레는 “나도 작곡가들이 다성 음악을 창작하는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복잡한 패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나의 마디를 확장하면서 단순한 음표를 통해 가장 극적인 소리를 만들어 들려주는 필립 글래스.

 

최근 그는 자신의 음악을 더이상 미니멀리즘이 아닌 “반복되는 구조의 음악(Music with repetitive structures)”으로서, 슈베르트, 바흐, 모차르트와 나디아 블랑제를 통해 화음과 대위법을 습득한 고전주의자(Classicist)로 불리기 원한다고 합니다.

그의 음악을 어떤 태그로 부르던 우리가 그의 음악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은 명확해 보입니다.

 

때로는 가볍게 들리기도 하고 단순한 반복음으로만 들리는 글래스의 음악.
그러나 그의 음악은 듣는 이를 끌어당기고 심연으로 이끄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얼핏 단순한 그의 음악이 주제를 선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이유는 글래스가 단순히 겉모습을 가지고 와 그것을 단순히 포장하는 일을 삼가고, 균질화된 운율 안으로 더 파고들어 그 깊이를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제 여름도 막마지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단순한 선율을 마법처럼 부리는 필립 글래스의 음악과 함께 점점 깊어지는 가을을 맞이하시는 것은 어떨까요?

 

-참고

Glass – A Portrait of Philip In Twelve Parts-

http://www.youtube.com/watch?v=lGaG5VJqgZg,

http://www.youtube.com/watch?v=x__legLn4q8&feature=relmfu

 

http://blog.daum.net/ttugi77/15711109

http://blog.naver.com/wedjat0?Redirect=Log&logNo=30091349063

http://en.wikipedia.org/wiki/Phillip_Glass#Minimalism:_From_Strung_Out_to_Music_in_12_Parts_.281967.E2.80.93197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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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습관, 즐거운 중독, 내 일상의 하이라이트,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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